결제 거인들의 쿠데타, 서클(Circle)이 무너졌다

"압도적인 유통망을 가진 대리점들이, 마진을 독식하던 제조사를 쳐내고 직접 화폐를 찍어내기 시작했습니다."
2026년 7월 1일, 글로벌 핀테크와 가상자산 시장의 권력 지형을 영구적으로 뒤바꿀 거대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비자, 마스터카드,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 권력을 쥐고 있는 거대 기업들이 연합해 새로운 디지털 달러 인프라인 '오픈 USD(OUSD)'의 공식 출범을 선언한 것입니다.
이 소식은 기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맹주였던 서클(Circle)에게는 매우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시장은 즉각적이고 폭력적인 매도세를 보였습니다. 단순한 신규 코인 발행이 아닌, 월가와 실리콘밸리가 합작하여 기존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해 버린 이번 사태의 본질을 심층 분석합니다.
1. 폭락한 서클(Circle), 철옹성이 무너지다
'오픈 USD' 출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뉴욕 증시에서 서클 인터넷 그룹(NAS:CRCL)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33달러(17.55%) 폭락한 62.63달러로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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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 2월 말 이후 약 4개월 만에 기록한 최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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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5월 중순 기록했던 52주 최고점 대비 무려 55%나 반토막이 난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시장이 이토록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서클의 핵심 수익원인 달러 스테이블코인(USDC)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치명타가 가해졌기 때문입니다. 유통망이 막히고 핵심 마진 구조를 침탈당하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것입니다.
솔직히, 서클은 이제 끝났습니다.
2. 서클의 치명적 패착: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자는 서클이 챙겼다"
서클이 맞이한 위기를 이해하려면 기존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의 '마진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서클은 고객이 예치한 달러를 바탕으로 USDC를 발행하고, 그 달러를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해 막대한 이자 수익을 거둬들입니다.
문제는 USDC의 결제 볼륨을 키워준 일등 공신들의 불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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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구조에서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같은 결제 거인들은 서클의 USDC를 자사 결제망에 연동해 주는 단순 '유통 대리점' 역할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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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거대한 결제망을 제공해 볼륨을 키워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의 가장 거대한 이익인 '예치금 기반 미국 국채 이자 수익'은 서클이 독식하는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이익의 불균형이 결국 '유통망을 쥔 주인들의 독립'이라는 치명적인 반란을 불러왔습니다.
3. 그리고, '오픈 USD' 연합체의 압도적 파괴력
서클을 패싱하기 위해 뭉친 연합체 '오픈 스탠다드(Open Standard)'의 면면은 그야말로 글로벌 경제 최고의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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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파트너: 세계 최대 결제 네트워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글로벌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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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금융 & 빅테크 합류: 여기에 구글 클라우드, IBM, BNY멜론, 스탠다드차타드, DBS은행 등 무려 140여 개 사가 대거 참여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인물 또한 상징적입니다. 2024년 스트라이프가 11억 달러(약 1조 7천억 원)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하며 화제를 모았던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브릿지(Bridge)'의 공동 창업자 잭 에이브럼스가 임시 CEO를 맡아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4. 판을 엎어버린 비즈니스 모델: 수수료 0원, 이자는 N분의 1

오픈 USD가 서클에게 진정으로 공포스러운 이유는, 이들이 내놓은 파괴적인 수익 분배 정책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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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전면 무료:
오픈 USD는 참여하는 동맹 기업들에게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환매 수수료를 전면 면제해 줍니다. -
국채 이자 전액 분배:
지급준비금(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미국 국채 이자 수익 중 극히 일부의 관리 수수료만을 제외하고, 나머지 이익 전체를 동맹 기업들의 기여도에 따라 그대로 배분합니다. -
탈중앙화된 거버넌스:
거버넌스 권한 역시 단일 기업(서클 등)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140개 참여사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인터넷 표준 프로토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즉, 결제망을 가진 기업들이 굳이 서클의 USDC를 쓸 이유가 완벽하게 사라진 것입니다. 이들은 오픈 USD를 기본 화폐로 채택하여 직접 '발행 주주'가 되고, 자신들이 발생시킨 결제 볼륨만큼의 국채 이자 수익을 직접 가져가는 구도를 완성했습니다.
잭 에이브럼스 임시 CEO의 발언은 이들의 철학을 정확히 대변합니다.
"기존 스테이블코인들도 훌륭하지만,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규모 비즈니스에 이를 본격 도입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개방적이고 비용이 낮으며,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정렬된 새로운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5. 서클(USDC) vs 오픈 USD(OUSD),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기존 맹주인 서클은 이대로 속수무책 당하기만 할까요? 양 진영이 가진 '핵심 무기'를 비교해 보면,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패권 전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명확한 관점이 보입니다.
- 오픈 USD의 압도적 우위: '현실 결제망'과 '이익 공유'
현재 판세에서 구조적 우위는 압도적으로 오픈 USD 연합체에 있습니다.
화폐의 본질적인 힘은 '어디서 쓸 수 있는가(유통망)'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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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망의 독점: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는 전 세계 수천만 개의 가맹점과 수십억 장의 카드를 통제하는 '현실 결제의 엔드포인트(끝단)'입니다. 이들이 자사 결제 단말기나 API에서 "USDC 대신 오픈 USD를 쓰면 수수료를 깎아주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뭐… 끝났습니다. -
이익 공유의 락인(Lock-in) 효과:
기존에는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도 이득(이자)은 서클이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오픈 USD 생태계에서는 생태계에 기여(결제 볼륨 창출)하는 만큼 이자를 배분받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처럼 강력한 인센티브를 거부할 기업은 없습니다.
- 서클은 가만히 있을까? '디파이(DeFi) 유동성'과 '규제 돌파 경험'
하지만 서클에게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두 가지 철옹성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크립토 네이티브 생태계'와 '규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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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DeFi) 생태계의 절대 반지:
USDC는 지난 수년간 가상자산 시장의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에 가장 깊숙이 뿌리내린 기축 통화입니다. 수많은 스마트 컨트랙트, 대출 프로토콜, 유동성 풀이 USDC를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오픈 USD가 '현실 경제'를 장악하더라도, '가상자산 생태계 내부'의 막대한 유동성을 하루아침에 뺏어오기는 어렵습니다. -
복잡한 규제 장벽:
서클은 수년간 미국 규제 당국 및 유럽(MiCA) 등과 치열하게 소통하며 '가장 안전하고 합법적인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규제적 해자를 구축했습니다. 반면, 140개 거대 기업이 뭉친 오픈 USD는 당장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법(Antitrust)' 조사나 SEC의 강력한 견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거대 연합체 특유의 느린 의사결정 속도도 약점입니다.
- 그래서 둘 중 뭐가 유리할까?
단기적으로 서클은 크립토(DeFi) 시장에서의 기득권을 방패 삼아 버틸 것입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승리의 추는 결국 '오픈 USD'로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코인 투자자들끼리의 거래가 아니라, 전 세계인의 일상 결제와 국가 간 송금(B2B)을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현실 세계의 파이프라인'을 쥐고 있는 것은 서클이 아니라 비자와 스트라이프입니다.
서클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달러 예치 이자 따먹기(B2C/B2B 발행)' 모델을 포기하고, 다른 은행이나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쉽게 발행할 수 있도록 인프라만 제공해 주는 '화이트 라벨(White-label)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엄청나게 힘들게 사업 전환을 해야만 할 것입니다.
결론 및 투자 인사이트
월가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신규 코인 출시가 아닌, '핀테크 권력 지형의 중대한 변화'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개별 사기업(서클, 테더 등)이 막대한 시뇨리지(화폐 주조 차익)를 독점하는 '사유물'의 단계에서, 글로벌 금융 기관과 빅테크가 이익을 공유하며 인프라로 사용하는 '인터넷 표준 공공재'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가 주도한 이 반란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화폐의 생명은 결국 '어디서 쓸 수 있는가(유통망)'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서클(CRCL)을 비롯한 기존 단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수익 모델을 전면 수정하지 않는 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오픈 USD 연합체에 참여하여 새로운 국채 이자 수익 파이프라인을 장착하게 된 결제 플랫폼 기업(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등)과, 이 거대한 달러의 흐름을 관리하게 될 자산운용사(블랙록), 그리고 인프라를 제공하는 거래소(코인베이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금융의 역사가 또 한 번 새롭게 쓰이는 변곡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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