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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만 달러로 26억 달러를 회수한 거래

2,700만 달러로 26억 달러를 회수한 거래

빌 애크먼은 무엇을 보고, 언제 정리했을까?

지급한 프리미엄과 수수료는 약 2,700만 달러. 헤지를 정리하며 회수한 금액은 약 26억 달러. 2020년 코로나19 충격 당시
퍼싱스퀘어 펀드들이 실행한 거래입니다.

숫자만 보면 폭락에 베팅해 거액을 번 성공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애크먼의 설명에 따르면, 같은 시기 주식 포트폴리오에서는 약 26억 달러의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헤지의 이익이 이를 상쇄했습니다. 개인 투자금이 불어난 이야기가 아니라, 펀드의 보유 자산을 지킨 거래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질문도 달라져야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벌었는가에 앞서, 무엇을 지키기 위해 그 거래를 시작했고 왜 더 이상
보유하지 않기로 했는가를 봐야 합니다.

원칙 1. 거래 하나의 수익보다 포트폴리오 전체를 본다

애크먼은 경제활동 중단이 보유 기업들에 충격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회복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주식을 모두
팔기보다 CDS로 단기 충격을 방어하기로 한 이유입니다.

CDS는 신용부도스와프입니다. 보호를 매수한 쪽이 비용을 지급하고, 대상 기업 등에 계약에서 정한 부도나 지급 불이행 같은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보상을 받는 계약입니다.

다만 수익을 얻기 위해 반드시 기업이 부도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이전에
유리한 조건으로 매수한 보호 계약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때 반대 거래 등으로 포지션을 정리하면 신용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이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CDS와 주가 하락을 직접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 CDS는 주식 손실을 그대로 돌려주는 계약이 아닙니다. 보호 대상은
신용위험이며, 실제 보상은 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릅니다.

따라서 이 사례를 평가할 때는 “헤지에서 얼마나 벌었는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이익이 전체 계좌의 손실을 얼마나
줄였는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헤지를 검토한다면 출발점도 상품 이름이 아니라 목적이어야 합니다. 어떤 자산을 지키려는가? 어떤 충격을 줄이려는가?
방어 거래 자체가 또 다른 큰 위험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원칙 2. 위기뿐 아니라, 위기에 대비하는 가격을 본다

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과 그 전망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은 다릅니다. 방어 수단을 이미 비싸게 샀다면, 위기 전망만
맞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애크먼은 매수 당시 투자등급 CDS 지수의 스프레드가 연간 약 50bp로 낮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경제활동 중단은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위험 전망과 시장가격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신용 스프레드에서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

CDS 스프레드는 보호를 제공하는 대가로 시장이 요구하는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보호 대상의 신용 상태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면 계약 가치도 달라집니다.

신용시장의 긴장을 살펴볼 참고 지표로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의 옵션조정스프레드인 OAS가 있습니다. FRED의 해당 지표는 투자등급 미만 회사채의 스프레드를 미국 국채 기준 곡선과 비교해 보여줍니다. 애크먼이 거래한 CDS 계약 자체의 가격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차트를 읽을 때는 다음 세 가지 질문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 수준: 과거와 비교해 낮은 상태인가, 이미 크게 벌어진 상태인가?

  • 속도: 완만하게 움직이는가, 짧은 기간에 급격히 확대되는가?

  • 변화: 계속 고점을 높이는가, 확대 속도가 둔화하거나 축소되는가?

단위도 중요합니다. 이 OAS 지표에서 세로축의 5.0은 스프레드 5%포인트, 즉 500bp를 뜻합니다. 투자 수익률이 5%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이일드 채권 OAS의 숫자를 투자등급 CDS의 스프레드와 같은 값으로 읽어서도 안 됩니다.

이 차트를 곧바로 매수 신호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CDS 스프레드가 이미 확대됐다면 기존 보호 매수자에게는 유리할 수
있지만, 새로 보호를 사는 사람에게는 조건이 비싸졌을 수 있습니다. 불안이 커졌다는 사실과 방어 수단을 싸게 살 수 있다는
판단은 별개입니다.

그래서 질문은 “위기가 올까?”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그 위험이 지금 가격에 얼마나 반영돼 있을까?”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2020년 2–3월 코로나19 기간 CDX 투자등급 신용스프레드가 급등한 모습을 보여주는 차트.

2,700만 달러는 최대 손실액이 아니다

매입 가격을 볼 때 놓치기 쉬운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실제로 지출한 비용과 감수한 위험은 같은 숫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거래의 2,700만 달러는 실제 지급한 프리미엄과 수수료입니다. 손실이 어떤 상황에서도 그 금액으로 끝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애크먼 역시 스프레드가 축소되면 계약을 정리할 때 이미 지급한 프리미엄보다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DS에는 유지하는 동안의 지급 의무가 있고, 신용 상태의 변화에 따라 계약 가치가 움직입니다. 지금까지 낸 비용만 보면
앞으로 부담할 비용과 청산 손실을 놓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번째 원칙은 단순히 “싸게 사라”는 말이 아닙니다. 얼마를 내고, 얼마나 오래 유지하며, 전망이 틀렸을 때 무엇을
잃는지까지 보라는 뜻입니다.

큰 회수 금액을 작은 지출액으로 나누는 것만으로는 이 거래의 위험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같은 거래를 검토하려면 성공했을
때의 결과뿐 아니라, 실패했을 때의 계약상 부담도 함께 읽어야 합니다.

원칙 3. 수익이 나면, 다음 기회와 비교한다

애크먼은 2020년 3월 12일부터 헤지를 줄이기 시작해 3월 23일 오전 청산을 마쳤습니다.

그가 설명한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 추가 이익의 매력이 줄었습니다. 스프레드가 이미 크게 벌어져, 처음 매수할 때와 위험 대비 보상이 달라졌습니다.

  • 포지션이 너무 커졌습니다. 헤지 가치가 오르고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서 포트폴리오에서 헤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 다른 기회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자금을 CDS에 계속 묶어두는 기회비용이 커졌습니다.

포지션 규모가 컸기 때문에 정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퍼싱스퀘어는 회수 자금의 상당 부분을 힐튼과 로우스 등 기존 보유 기업의 추가 매수와 새로운 투자에 사용했습니다. 당시
정부의 대응과 금융시장 지원도 애크먼이 시장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배경이었습니다.

이 사례에서 가져올 질문은 “지금까지 얼마나 벌었는가”보다 다음에 가깝습니다.

처음 살 때 좋았던 거래가, 지금 가격에서도 계속 보유할 만한 거래인가?

이미 큰 이익을 냈다는 사실은 과거의 결과입니다. 계속 보유할지는 앞으로 얻을 추가 이익과 되돌려줄 수 있는 손실, 다른
투자에 자금을 쓰지 못하는 대가를 놓고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이를 바닥을 정확히 맞히는 공식으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더 유용한 해석은, 처음의 위기 전망에 머무르지 않고 가격이
달라진 뒤 자금을 어디에 둘지 다시 결정한 사례라는 것입니다.

정장 차림의 남성이 화면 오른쪽에 앉아 한 손을 들어 말하고 있는 인터뷰 장면

방어의 목적은 끝까지 비관하는 것이 아니다

이 사례에서 읽어낼 수 있는 핵심은, 방어 거래와 다음 투자가 별개의 판단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산 계약도 가격이 충분히 오르면 정리할 대상이 되고, 위험해서 피하고 싶었던 주식도 가격이 충분히 내려가면 다시 검토할 후보가 됩니다. 애크먼의 헤지 청산과 주식 매수를 이렇게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독자가 가져갈 위기 대응 원칙도 세 가지로 이어집니다.

  1. 거래 하나의 수익보다 전체 계좌에서 무엇을 지킬지 먼저 정한다.

  2. 위기가 올 가능성뿐 아니라, 방어에 드는 가격과 감당할 위험을 함께 본다.

  3. 처음의 판단이 맞았더라도, 지금 가격에서는 다음 기회와 다시 비교한다.

중요한 것은 이 거래를 그대로 따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시장을 비관하던 이유와 방어 거래를 계속 보유할 이유가 정말
같은지 구분하는 일입니다.

다음에 시장이 흔들릴 때는 “얼마나 더 떨어질까?”에 더해 이렇게 물어보세요.

지금 내 자금은 위험을 줄이는 데 쓰는 편이 나은가, 아니면 그 위험 때문에 싸진 자산을 검토하는 데 쓰는 편이 나은가?

세 원칙은 공식 투자자 서한에 나타난 판단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며, 애크먼의 직접 인용이나 특정 금융상품의 매매 추천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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