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은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무엇부터 정할까?

목표가나 예상 수익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브루스 코브너가 강조한 것은 거래에서 빠져나올
위치였다.
잭 슈웨거의 《시장의 마법사들》은 코브너가 1987년 본인과 펀드 투자자들을 위해 3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고 소개한다. 개인이 혼자 가져간 순이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3억 달러를 1달러당 1,400원으로 단순 환산하면 4,200억원이다. 당시 환율이나 현재 환율을 적용한
금액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한 계산이다.
그의 원칙에서 개인투자자가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매수할 이유를 세우고, 그 이유가 틀리는 가격을 찾고, 그 가격까지 움직였을 때 감당할 수 있는 수량을 정하는 것이다.
아래 사례는 이 순서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다. 코브너의 실제 거래나 고정된 매매 공식은 아니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매
추천도 아니다.
1. 오를 이유와 지금 살 이유를 구분한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도 주가는 먼저 떨어질 수 있다. 기대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거나, 당장 시장에
나온 매도 물량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전망을 세운 다음에는 가격이 그 전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1만8,000원에서 2만원 사이를 오가던 종목이 있다고 하자. 실적 개선을 기대하며 지켜봤는데, 주가가 여러 번
막혔던 2만원을 넘어섰다.
이때 확인할 것은 단순히 ‘2만원을 넘었는가’만이 아니다. 돌파 이후에도 그 위에서 거래가 이어지는지, 되돌림이 나왔을 때
매수세가 다시 들어오는지 살펴볼 수 있다.
반대로 잠깐 올라섰다가 곧바로 박스 안으로 밀려난다면, 돌파를 근거로 한 매수 판단은 다시 검토해야 한다.
좋은 전망이 있다는 것과 그 전망을 근거로 지금 매수해도 된다는 것은 별개의 판단이다. 돌파나 지지 확인도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 내가 기대한 움직임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2. 손절가는 손실률보다 매수 근거에서 출발한다
코브너는 인터뷰에서 진입하기 전에 청산할 지점을 정하며, 기술적 기준으로 정한 손절 위치에 따라 포지션 크기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매수 계획으로 옮기려면 먼저 질문해야 한다.
앞의 종목을 2만500원에 매수한다고 가정하자. 돌파 이후 형성한 저점과 가격 구조를 검토해, 1만9,700원에서는 이번 매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하기로 정했다면 주당 예상 손실은 800원이다.
이때 손실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손절가를 무조건 2만400원까지 올리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종목이 평소에도 움직이는 작은 가격 변동에 거래가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가격 변동만으로 손절 주문이 발동할 수 있다는 점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투자자 안내에서도 주의사항으로 다룬다.
반대로 손실을 확정하기 싫어 손절가를 계속 내리면, 처음 계산한 위험 한도가 무너진다.
손절 위치에는 매수 판단과 연결되는 이유가 필요하다. 장중 이탈에 대응할지, 특정 시간봉의 종가를 확인할지도 미리 정해야
한다. 종가를 기다리는 계획이라면 그 사이 손실이 더 커질 가능성까지 반영해야 한다.

3. 손절 폭이 넓어지면 수량을 줄인다
손절 가격을 정했다면 다음은 수량이다. 핵심은 매수에 쓸 금액과 틀렸을 때 감수할 손실액을 구분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이 가정해보자.
| 항목 | 가정 |
|---|---|
| 계좌 자산 | 2,000만원 |
| 이번 거래의 허용 손실액 | 10만원 |
| 매수가 | 20,500원 |
| 손절가 | 19,700원 |
| 주당 예상 손실 | 800원 |
비용을 제외한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매수 수량 = 허용 손실액 ÷ 주당 예상 손실
주당 예상 손실 = 매수가 − 손절가
10만원을 800원으로 나누면 125주다. 매수대금은 256만2,500원이지만, 계획한 손절가에 전량 매도했을 때의 손실은 비용 제외 10만원이다.
그런데 매수 전에 차트 구조를 다시 검토한 결과, 매수 판단이 무효가 되는 자리가 1만9,300원이라고 판단했다고 가정해보자. 주당 예상 손실은 1,200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10만원 안에서 감수하려면 수량은 83주로 줄어든다. 1주 단위 주문을 가정해 소수점을 버린 결과이며, 예상 손실은 9만9,600원이다.
| 손절가 | 주당 예상 손실 | 계산상 수량 | 예상 손실 |
|---|---|---|---|
| 19,700원 | 800원 | 125주 | 100,000원 |
| 19,300원 | 1,200원 | 83주 | 99,600원 |
손절 폭을 넓게 잡으면서 같은 계획상 위험을 유지하려면 더 적게 사야 한다.
이 비교는 매수 전에 서로 다른 계획을 검토하는 예시다. 이미 매수한 뒤 손실을 피하고 싶어서 손절가를 낮추는 행동과는
다르다.
또한 계산에는 수수료와 세금, 체결 가격 차이가 빠져 있다. 실제 주문에서는 비용을 반영해 수량에 여유를 두어야 한다.
특히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갭 하락이 발생하면 계획한 손절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될 수 있다. 손절 주문의 기준 가격은
실제 체결 가격을 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에서 계산한 10만원도 실제 최대 손실을 보장하는 금액은 아니다.

4. 종목이 세 개여도 같은 위험일 수 있다
한 종목의 수량을 계산했다고 계좌 전체의 위험 관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주식 세 종목을 보유하면서 각각의 계획상 손실을 10만원으로 정했다고 하자. 개별 거래만 보면 부담이 작아 보이지만, 같은 업황 악재에 세 종목이 함께 하락해 모두 손절한다면 계획상 손실도 합쳐서 30만원이 된다.
여기에 반도체 ETF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종목 수는 늘어도 비슷한 위험이 더해질 수 있다. 개별 주식과 같은 업종의 펀드를
함께 보유할 때 위험이 겹칠 수 있다는 점은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의 집중 위험 안내에서도 설명한다.
코브너 역시 서로 연관성이 높은 포지션을 여러 개 보유하면 실제 위험을 과소평가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새 종목을 살 때는 개별 차트와 함께 다음 질문을 살펴야 한다.
같은 산업, 같은 금리 변화, 같은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자산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ETF도 이름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편입
종목이 기존 보유 자산과 얼마나 겹치는지 확인해야 한다.
평소 함께 움직이지 않던 자산도 시장 충격이 커지면 동시에 하락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매수 전에는 각 거래의 예상 손실을 합산하고, 같은 악재에 노출된 거래가 얼마나 겹치는지 확인해보자. 합산한 부담이 너무
크다면 개별 종목의 손절선을 억지로 좁히기보다 수량이나 동시 보유 거래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매수 계획은 틀렸을 때의 계산까지 있어야 완성된다
앞의 예시에서 손절가가 1만9,700원일 때는 125주, 1만9,300원일 때는 83주였다. 같은 손실액을 계획해도 매수 근거가
무효가 되는 위치에 따라 살 수 있는 수량은 달라진다.
이 원칙을 적용하는 순서는 복잡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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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이유를 적는다. 무엇을 기대하고 사는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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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가 틀리는 가격을 정한다. 언제, 어떤 기준으로 거래에서 나올지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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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할 손실액으로 수량을 계산한다. 비용과 예상보다 불리한 체결 가능성도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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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보유 자산과 위험이 겹치는지 확인한다. 종목별 손실뿐 아니라 계좌 전체의 부담을 살핀다.
확신이 강해질수록 주문 수량부터 늘리지 말자. 그 확신이 틀렸을 때 얼마를 잃을지까지 계산해야 매수 계획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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