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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TSMC 실적이 확인해준 패러다임 변화. P→Q 전환
반도체 시장이 '가격(P) 정점' 공포에 빠져 코스피가 7.89%나 급락한 바로 그 주였다. 그 와중에 업계 진짜 온도계 두 개가 연달아 위로 튀었다. 7월 15일 ASML, 다음 날 TSMC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두 실적은 가격 폭락 공포와 정반대 신호를 보낸다. 알면 지금 흘려보내면 안 될 기회가 보인다.
왜 하필 이 두 회사인가. ASML은 첨단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한다.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다. 둘 다 메모리·파운드리 고객사에 장비와 생산 능력을 파는 '을'이다. '을'의 매출과 전망치는 '갑'인 고객사들이 설비 지갑을 얼마나 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온도계다.
이번 주는 그 온도계가 매출, 마진, 향후 전망치 세 축에서 동시에 위로 튄 한 주였다.
- ASML:
2분기 매출은 93억 2,600만 유로였다. 컨센서스는 88억 유로였다.
매출총이익률은 직전 분기 53.0%에서 54.0%로 올랐다.
순이익은 전망치 26억 2,000만 유로를 넘어선 29억 1,800만 유로였다.
신규 노광장비 판매량은 86대였다. 전 분기(67대)보다 28.4% 많다.
- TSMC:
2분기 매출은 1조 2,700억 대만달러였다. 전년 대비 36% 성장했다.
순이익은 7,065억 6,000만 대만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7.4% 늘었다. 5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건 그 뒤에 숨겨진 의미다. ASML의 매출 상승폭이 로직보다 DRAM에서 세 배 빠른 이유, TSMC가 연간 매출 전망을 올리고 설비투자 상단을 14% 끌어올린 이유가 핵심이다. 그 답이 시장의 '가격 폭락' 공포를 뒤집을 열쇠다.
내 종목도 같은 조건인지 따져보세요
ASML이 확인한 것: DRAM 매출이 로직의 3배 속도로 크는 이유
ASML의 2분기 매출은 93억 2,600만 유로였다.
시장 예상치는 88억 유로였는데, ASML은 그걸 넘겼다.
매출총이익률은 직전 분기 53.0%에서 54.0%로 올랐다.
순이익은 29억 1,800만 유로로, 전망치 26억 2,000만 유로를 웃돌았다.
신규 노광장비 판매량은 86대였다.
전 분기 67대에서 28.4% 늘었다.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건 가이던스다.
회사는 3분기 매출을 110억~120억 유로로 제시했다.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는 55~57%다.
연간 매출 전망은 종전 360억~400억 유로였다.
이 전망을 430억~450억 유로로 올렸다.
핵심은 컨퍼런스콜에서 크리스토프 푸케 CEO와 로저 다센 CFO가 그린 그림이다.
회사 쪽은 올해 DRAM 관련 순매출이 75%를 넘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 로직(파운드리) 성장률 전망치는 25%다.
DRAM 쪽 성장 속도는 그보다 거의 세 배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웨이퍼(얇은 원판 위에 회로를 깎아 만드는 반도체의 기판) 물량 자체가 늘고 있다.
둘째, 미세공정으로 갈수록 회로를 새기는 노광 공정에서 EUV(극자외선, 회로를 더 얇고 촘촘하게 그릴 수 있는 첨단 광원) 사용 비중이 커진다.
장비 대수가 늘어나는 동시에 대당 단가도 올라가는 구조다.
회사는 이를 '리소그래피 인텐서티(노광 강도)' 상승이라 불렀고, 두 힘이 겹치는 상황을 'DRAM에 있어 완벽한 폭풍'이라고 표현했다.
진짜 눈여겨볼 부분은 생산 능력, 캐파 계획이다.
ASML은 2027년에 저NA EUV와 이머전 DUV 장비 생산 능력을 각각 30%씩 늘리기로 확정했다.
2028년에는 추가로 30%를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7년 저NA EUV 주문은 이미 '거의 다 채워진' 상태다.
2028년분 주문도 상당히 들어와 있다.
장비를 2년 뒤 몫까지 미리 주문받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고객사들의 증설 계획이 구두 선언이 아니라 실제 발주로 옮겨가는 물적 증거다.
P(가격) 논쟁이 시장을 흔들고 있는 와중에, ASML의 숫자는 다른 언어를 말하고 있다.
물량이 늘고 있고, 캐파를 30%씩 연속으로 늘려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 TSMC도 같은 주에 비슷한 결론을 내놓았다.
TSMC, 가이던스를 두 번 연속 위로 고쳐 쓰다
TSMC가 2분기 매출 1조 2,700억 대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6% 늘어난 숫자로 자체 가이던스 상단에 도달하며 시장 예상을 깼다. 순이익은 7,065억 6,000만 대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7.4% 급증해 5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이 전체 웨이퍼 매출의 77%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칩을 많이 만드는 게 아니라, 가장 만들기 어렵고 단가가 높은 칩의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매출 100원 중 77원이 최첨단 공정에서 나오는 구조다.
이 실적을 발판으로 3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446억~458억 달러로 제시됐다. 시장 컨센서스(431억 달러)를 가볍게 웃도는 수준이다.
더 중요한 건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이다. 기존 '30% 이상'에서 '40%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한 번 더 올라갔다. 두 번 연속 가이던스를 위로 고쳐 쓴 셈이다.
가장 결정적인 숫자는 따로 있다. 2026년 설비투자(CAPEX) 목표다.
| 항목 | 기존 상단 | 상향 후 | 변동폭 |
|---|---|---|---|
| 2026년 CAPEX | 560억 달러 | 600억~640억 달러 | 최대 +14% |
| 애리조나 추가 투자 | - | 1,000억 달러 | 신규 |
600억달러 (85조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 국가의 단일 기업이 1년에 반도체 장비에 쏟아붓는 돈이 이 정도다. 여기에 애리조나 공장에 1,000억 달러, 약 130조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발표까지 더해졌다.
C.C. 웨이 CEO는 6월에 이미 이 방향을 힌트를 줬다. 미국 고객이 주도하는 AI 수요가 향후 수년간 현재 캐파로는 다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가이던스 상향은 그 발언이 숫자로 확인된 결과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말의 무게를 생각해보면 된다. 세계 1위 파운드리가 생산 능력을 최대 14% 늘려도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다.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라, 만들 수 있는 양 자체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다음 이야기의 핵심 열쇠다. TSMC가 지갑을 연다는 건, 그 돈이 TSMC 주주가 아니라 장비·소재를 파는 '을' 기업들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같은 주, 코스피는 왜 7.89% 급락했나
ASML과 TSMC가 실적을 발표하기 사흘 전, 코스피가 하루 만에 7.89% 무너졌다. 방아쇠는 메타가 당긴다. 남는 AI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팔겠다는 '네오클라우드' 사업 발표가 그것이었다. 이 한 줄이 "컴퓨팅이 남아돈다, 메모리 수요가 준다, 사이클이 끝난다"는 해석으로 번졌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먼저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뒤를 따랐다.
시장이 공포에 빠진 직전, 메모리 3사의 실적은 나쁠 게 없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매출 52조 5,763억원, 영업이익 37조 6,1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72%다. 제조업에서 흔치 않은 숫자다.
이 실적으로 순현금 35조원을 쌓았고, 애플은 메모리 가격 부담을 이유로 전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구매자가 버거워하는 가격대가 이미 형성돼 있었다.
그런데도 메모리 3사를 가까이서 보는 투자자들은 냉담하다. 이유가 저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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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기대를 웃도는 잠정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밀렸다. P 우려에 성과급 제도화라는 확정 비용 구조 변화가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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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은 좋은 실적 발표 직후 공격적인 증설을 연달아 내놨다. 몇 년 뒤 공급 과잉의 씨앗이라는 우려를 스스로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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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나스닥 상장이라는 재평가 경로가 열리며 셋 중 유일하게 새 이야깃거리를 쥐었다.
셋의 사정이 이렇게 다른데도 주가는 오를 때 같이 오르고 내릴 때 같이 내린다. 지금 구간을 움직이는 힘이 개별 펀더멘털이 아니라 공통의 공포다.
공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 실적은 P가 만든 것이고, P가 꺾이면 이익도 같이 꺾인다." 영업이익률 72%가 정점이라면 남은 방향은 하락뿐이라는 논리다. P(가격)가 더 오르기 어렵다고 보면 지금의 이익 체질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 논리가 반쪽짜리라는 거다. 가격이 정점이라면 물량으로 채우면 된다. 그런데 시장은 아직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한 상태다. 다음 섹션에서 ASML과 TSMC가 이미 그 답을 들고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P가 아니라 Q의 이야기다
시장의 공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 실적은 P(가격)가 만든 것이고, P가 꺾이면 이익도 같이 꺽인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72%가 정점이라면, 남은 방향은 하락뿐이라는 논리다.
그런데 ASML과 TSMC가 이틀 연속으로 발표한 숫자는 정작 다른 이야기를 한다. 가격이 아니라 물량과 생산능력, 즉 Q(수량)에 대한 이야기다.
ASML은 올해 DRAM 관련 매출이 75% 넘게 늘 것이라고 봤다.
이는 첨단 로직 성장률 전망치 25%의 세 배 가까운 속도다.
핵심 근거는 가격 인상이 아니라 웨이퍼 물량 증가와 노광 공정에서 EUV 사용 비중 확대다.
2027년 캐파를 30% 늘리는 계획이 이미 확정됐다.
2028년에도 캐파를 30% 추가 확대한다.
TSMC도 방향은 같다.
설비투자 목표를 기존 상단 560억 달러에서 600억~640억 달러로 올렸다.
상향 폭은 최대 14%다.
애리조나 공장에는 1,0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다.
C.C. 웨이 CEO가 6월에 "AI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제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메모리 3사가 별도로 내놓은 투자 계획도 같은 방향에서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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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40년까지 반도체에 2,100조원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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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용인 기존 계획 1,650조원에 신규 400조원이 더해진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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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1,10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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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1: 용인 600조원과 청주 100조원은 기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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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2: 서남권에 400조원을 추가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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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미국 투자를 2,00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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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대만 팹 인수와 히로시마 투자를 연달아 발표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나온 독립된 증언이다.
메모리 3사는 장비를 사는 '갑'이다. ASML과 TSMC는 장비와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파는 '을'이다.
갑이 스스로 캐파를 늘리겠다고 말한 것과, 을이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주문이 이미 2~3년 치 밀려 들어오고 있다고 확인해 준 것은 성격이 다른 근거다.
장부의 양쪽 끝에서 같은 그림이 나온다.
지금 Q 확대는 구두 약속이 아니라 이미 실행 중인 자본 배치라는 근거가 한 겹 더 두터워지고 있다.
영업이익률 72%짜리 P는 구조적으로 더 오르기 어렵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물량을 늘리는 것뿐이라는 논리는 단순하다.
지금 국면은 공격과 방어의 구도다. 시장이 'P가 결국 하락할 것'이라 공격하면, 업계는 'P는 지키고 Q를 늘린다'로 방어하는 형국이다.
이 방어가 성공하느냐가 앞으로 시장의 핵심 변수다.
바로 여기서 이 리포트의 핵심 구분이 나온다. P 사이클의 정점 논쟁과 Q 사이클의 개화는 별개의 이야기다.
메모리 3사의 주가는 P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매출은 애초에 P에서 나오지 않는다.
장비사의 매출은 발주에서 나온다. 소재와 소모품사의 매출은 가동률에서 나온다. 소부장의 언어는 처음부터 Q다.
P 정점 공포로 시장 전체가 조정을 받는 동안, Q 확장이 ASML과 TSMC의 숫자로 검증된 기업들까지 함께 할인됐다.
그래서 국내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을 살펴 보기로 했다.
3,200조원의 투자는 어디서부터 시작 될까? 수혜가 예상되는 시점과 상승 여력 100% 넘는 종목 두 곳을 공개한다.
언제 어디서부터 3,200조가 투입되는가?
3,200조원. 숫자만 보면 투자 판단에 쓰기 어렵다.
이 계획은 2040년까지다. 삼성전자는 발표 당일 "시장 상황과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정정공시를 냈다.
총 액수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언제부터 시작되는지가 중요하다.
| 시점 | 핵심 투자 | 규모 / 사례 |
|---|---|---|
| 지금 집행 중 | HBM 패키징 | 충청권 81조원, 앰코 광주 10월 착공 |
| 발주 임박 | 신규 웨이퍼 전공정 | 평택 P5/P6, 용인 SK하이닉스 M15X |
| 2030년대 이후 | 서남권 4기 | 삼성·SK 각 2기, 800조원 |
핵심은 순서다. 전통적으로 반도체 증설은 웨이퍼를 찍어내는 전공정 투자가 먼저였다.
이번 사이클은 다르다. HBM 패키징 전용 투자가 먼저 지갑을 연다.
1. HBM 패키징.
지금 돈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충청권에 총 81조원 규모의 HBM 패키징 투자를 밝혔다. 삼성의 온양·천안 신규 HBM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청주 P&T7이 해당된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광주 신공장을 10월 착공하며 총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마이크론의 싱가포르·아이다호·뉴욕·히로시마 패키징 라인도 진행 중이다.
촉박한 이유가 있다. HBM4 양산이 올해, HBM4E가 내년 초로 예정돼 있다. 패키징 캐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2. 신규 웨이퍼 전공정.
발주가 임박했다.
삼성전자의 평택 P5·P6 동시 건설이 실체다. 용인 클러스터 완공 기간도 단축됐다.
삼성이 7년, SK하이닉스가 12년 걸리던 일정이 빨라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용인 첫 팹과 청주 M15X의 장비 반입 일정이 이 물결의 달력이다.
구조를 알아야 한다. 팹 착공이 결정되면 장비 발주가 선행한다. 이 구간의 수혜는 발표가 아니라 발주 공시를 따라가며 확인해야 한다.
3. 서남권 4기.
2030년대 이후의 이야기다.
삼성과 SK가 각각 2기씩, 총 800조원 규모다.
부지는 아직 후보지 단계이고, 완공 목표는 2030년대 이후다. 지금 좌표 계산에는 넣지 않는다.
이번 사이클은 한 세대짜리 장기 서사다. 배경 정도로만 두면 된다.
정리하면 이번 사이클의 지갑은 패키징이 먼저 열고, 신규 웨이퍼가 뒤따르며, 서남권은 그다음이다. 다음 섹션에서는 지금 집행되는 패키징과 발주 임박 전공정에 국내·해외 기업을 공정별로 끼워 맞춘 밸류체인 완전판을 정리한다.
밸류체인
지금까지의 논리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P(가격) 논쟁은 메모리 3사 주가를 흔들지만, Q(물량) 확장은 장비·소재 기업의 매출을 당긴다. 문제는 어느 공정에 돈이 먼저 닿는가다.
앞서 본 발주 지도의 3개 물결을 기억하자. 지금 집행 중인 HBM 패키징, 발주 임박한 신규 웨이퍼 전공정, 그리고 팹이 돌기 시작하면 반복해서 닳아 없어지는 소재·소모품. 이 세 가지가 반도체 밸류체인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좌우한다.
HBM 패키징 (후공정)
HBM을 완성하려면 웨이퍼를 잘라 쌓고 붙이고 검사하는 여러 후공정 단계를 거친다.
| 공정 | 해외 기업 | 국내 기업 |
|---|---|---|
| TC본딩·하이브리드 본딩 | BESI, ASMPT | 한미반도체, 한화비전 |
| 리플로우·디스컴 | 피에스케이홀딩스 | |
| 레이저 어닐링·커팅 | 이오테크닉스, 디아이티 | |
| 다이싱·그라인딩 | Disco | |
| 테스트(ATE)·핸들러·소켓 | Advantest, Teradyne | 테크윙, ISC, 리노공업 |
| OSAT | Amkor |
TC본딩은 칩을 열과 압력으로 붙이는 공정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구리 전극끼리 직접 접합해 더 얇고 빠르게 연결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다이싱은 웨이퍼를 개별 칩으로 자르는 단계이고, 그라인딩은 웨이퍼 두께를 얇게 갈아내는 작업이다.
테이블에서 국내 기업 칸이 비어 있으면 해당 공정을 해외 기업이 주로 담당한다는 뜻이다. 다이싱·그라인딩의 Disco가 그런 사례다. 반면 레이저 어닐링과 리플로우 분야는 국내 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신규 웨이퍼 전공정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고 깎고 입히는 전공정은 발주가 임박한 단계다. 평택과 용인에서 팹 착공 공시가 나오면 장비 발주가 선행되는 구조다.
| 공정 | 해외 기업 | 국내 기업 |
|---|---|---|
| 리소그래피 | ASML | |
| 증착 | LRCX, TEL, AMAT | 원익IPS, 주성엔지니어링, 유진테크 |
| 식각 | LRCX, TEL, AMAT | 피에스케이, 테스, 브이엠 |
| 열처리·어닐링 | TEL, Kokusai | HPSP, 유진테크 |
리소그래피는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노광 공정이다. ASML이 유일하게 EUV 장비를 공급한다. 증착은 웨이퍼 표면에 얇은 막을 입히는 단계다. 식각은 필요 없는 부분을 화학적으로 깎아내는 단계다.
열처리는 증착된 막의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열하는 공정이다. 이 영역에서 HPSP가 눈에 띄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가동률 연동 소재·소모품
팹이 한 번 지어지면 건물이 아니라 기계가 된다. 돌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부품이 닳고 약품이 소모된다. 이 매출은 발주에서 나오지 않고, 가동률에서 나온다.
| 구분 | 품목 | 국내 기업 |
|---|---|---|
| 소재 | 포토레지스트, 식각액, 전구체 |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한솔케미칼, 덕산테코피아 |
| 소모품 | 실리콘·쿼츠 파츠, SiC | 월덱스, 원익QnC, 비씨엔씨, 하나머티리얼즈, 티씨케이 |
| 소모품 | CMP 슬러리, 코팅·재생 | 케이씨텍, 코미코, 한솔아이원스 |
포토레지스트는 노광할 때 회로 패턴을 새기는 감광액이다. 전구체는 증착 공정에서 얇은 막을 만드는 원료 가스다. 쿼츠 파츠는 플라즈마 환경에서 부품이 부식되지 않도록 쓰는 석영 부품이고, SiC는 고온 환경에서 쓰는 내열 부품이다.
CMP 슬러리는 웨이퍼 표면을 화학적으로 평평하게 연마하는 연마제다. 팹이 돌수록 닳아서 계속 보충해야 하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가동률이 오르면 매출이 자동으로 따라온다.
세 표를 가로지르는 규칙이 하나 있다.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매출 성격이 달라진다. HBM 패키징은 지금 집행되는 캐파 투자에서 나온다. 전공정은 곧 시작될 발주에서 나온다. 소재·소모품은 팹이 가동되면서 매일 닳아 없어지는 교체 수요에서 나온다. 같은 Q라도 돈이 닿는 타이밍이 다르다.
다음 섹션에서는 이 표 속 국내 기업 두 곳을 골라, 지금 주가가 실적 대비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점검해 본다.
① 동진쎄미켐, 나쁜 소식 없이 빠진 종목
하락은 섹터 전체의 공포 심리가 만든 가격이다. PER(주가가 이익의 몇 배인지) 고점에 대한 공포가 시장을 휩쓸었지만, 이 회사의 펀더멘털은 변하지 않았다. 주가만 빠졌다.
핵심 기대 요인: 낸드 물량이 늘면 이익이 미는 구조
V9에서 V10으로 세대가 바뀌면 쌓아 올리는 층수가 늘어난다. 층이 늘면 노광 횟수도 그만큼 늘어난다. 회로를 그릴 때마다 포토레지스트와 신너가 소모된다. 단가가 올라서가 아니라, 쓰는 양 자체가 불어나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물량(Q) 중심의 사이클이 이 회사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리스크: 두 축이 모두 한 지점에 걸려 있다
이익의 뿌리(국내 낸드 웨이퍼 투입량)와 주가가 실적에 비해 비싼지 싼지의 근거(미국 텍사스 공장)가 결국 삼성전자의 낸드 투자라는 한 지점에 묶여 있다. 삼성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 두 축이 동시에 흔들린다. 이 종목의 하반기 방향은 7월 말 이틀 사이 나오는 투자 코멘트에 거의 좌우된다.
② 월덱스, 저평가 요인 해소
3년간 순이익 1,600억원을 벌어들이는 동안 배당에 쓴 돈은 36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대표 1인 보수가 전체 배당 금액보다 컸다. 이 회사가 이익 대비 낮은 배수(주가가 이익의 몇 배인지, PER)에서 거래돼온 건 시장의 오해가 아니었다. 정당한 지배구조 할인이었다.
그 할인의 해소는 공시로 시작됐다. 7월 13일 회사가 정정 공시를 냈다.
공시에 따르면 자사주 200억원 매입 후 2027~28년 전량 소각, 연간 순이익의 40%를 주주환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6월 29일 임시주총에서 일반주주 반대율 94.7%로 회사 측 안건이 전부 부결된 직후, 대표 명의 사과문과 함께 나왔던 내용이다.
공시 직후 주가가 13% 올랐다. 다만 주가가 실적에 비해 비싸진 정도가 이를 상쇄했다.
지금 시장이 이 회사에 대해 얼마나 비관적인지 역산해보면 현재가에 내재된 이익 눈높이는 추정 영업이익의 20% 수준만 인정하는 극단적 가격이다. 5년 평균 영업이익률 21.3%, 자기자본이익률 22.7%를 유지해온 회사가 받는 값이라 믿기 어렵다.
회사의 본업은 낸드 식각 공정에 쓰이는 실리콘·쿼츠 소모품이다. 낸드가 고단화(낸드 플래시의 적층 수를 늘리는 기술)되면 소모품 교체 주기가 짧아진다. 팹이 돌아갈 때마다 반복해서 쓰이는 부품이라 가동률이 오르면 매출이 저절로 쌓이는 구조다. 앞서 본 물결 3의 정면 수혜 업체다.
여기에 지배구조 재평가라는 두 번째 엔진이 막 붙었다. 본업의 물량 확장과 주주환원 약속이 동시에 가동되는 지점이 지금이다.
리스크도 분명하다. 40% 환원은 2027~28년 계획이라 아직 약속 단계다. 자사주 취득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획일 뿐이다. 이행이 번복되면 재평가 근거도 사라진다.
하반기에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는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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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중 자사주 200억원 취득 개시 공시: 7월 13일 정정 공시의 첫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날이다. 공시가 떠야 약속이 실행으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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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2분기 잠정 실적: 북미 고객의 재고 확보 수요가 분기 매출 회복(800억원대)으로 이어졌는지를 본다. 본업 회복이 같이 따라줘야 지배구조 재평가가 빈 수레가 아니다.
부록: 용어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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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극자외선): 반도체 회로를 더 얇고 촘촘하게 그릴 때 쓰는 빛입니다.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 분의 일도 안 되는 미세한 선을 그릴 수 있습니다. ASML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만드는 장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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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NA (Low-NA) EUV: NA는 렌즈가 빛을 모으는 능력입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기존 방식이고, 숫자가 클수록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습니다. ASML은 지금 저NA 장비를 양산하면서 다음 세대인 고NA 장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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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그래피 인텐서티: 칩 하나를 만들 때 노광(빛으로 회로를 새기는) 공정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를 말합니다. 미세공정으로 갈수록 같은 칩을 만드는 데 노광 횟수가 늘어납니다. ASML 입장에서는 칩 물량이 그대로여도 장비를 더 많이 팔 수 있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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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High Bandwidth Memory): 수십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AI 가속기(GPU)가 데이터를 처리할 때 병목 없이 데이터를 쏴주는 역할을 합니다. 칩을 쌓고 붙이는 후공정 기술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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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T (외주 반도체 패키징): 팹(Fab)이라고 부르는 웨이퍼 제조 공장을 직접 갖지 않고, 반도체 칩을 날것으로 사서 포장하고 테스트해주는 대행 업체입니다. 앰코(Amkor)가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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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E (Automated Test Equipment): 완성된 반도체가 정상 작동하는지 자동으로 검사하는 장비입니다. 불량품을 골라내는 품질 관리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어드밴테스트(Advantest)와 테라다인(Teradyne)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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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본딩 (Thermo Compression Bonding): 칩과 칩을 열과 압력으로 붙이는 후공정 기술입니다. HBM처럼 칩을 여러 층으로 쌓을 때 각 층을 단단히 접착하는 핵심 공정입니다. 기존엔 은껌(솔더)을 녹여 붙였지만, TC본딩은 더 정밀하게 미세한 칩을 붙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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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P 슬러리: 웨이퍼 표면을 거울처럼 평평하게 닦아내는 연마제입니다. 슬러리라는 이름처럼 미세한 연마 입자가 섞인 액체입니다. 칩을 쌓을 때 아래층이 울퉁불퉁하면 위층이 무너지기 때문에 매 단계마다 평평하게 깎아줘야 합니다. 팹이 돌아갈수록 반복해서 쓰이는 소모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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