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를 직접 하지 않고, 다른 회사(팹리스)가 설계한 칩을 위탁받아 대신 제조해주는 사업 모델 또는 그 제조 전문 기업. 대만 TSMC가 압도적 1위이며 수조 원대 설비투자가 진입장벽인 자본집약 산업이다.
한 줄 정의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않고, 팹리스(설계 전문 회사)가 건네준 설계도(GDSII)를 받아 웨이퍼 위에 칩을 대신 찍어내는 위탁 제조 사업. '반도체 공장을 빌려주는 임대업'에 가깝다.
통념 교정 흔히 "파운드리 = 단순 하청"으로 이해하지만 정반대다. 첨단 공정에서는 칩을 설계할 수 있는 회사는 많아도 그걸 실제로 찍어낼 수 있는 회사가 지구상에 두세 곳뿐이다. 그래서 파운드리는 갑이 아니라 '슈퍼 을'이다. 엔비디아·AMD·애플이 줄을 서서 생산 capacity를 구걸하는 구조이며, 가격 결정권도 사실상 파운드리가 쥐고 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제조'만 떼어내 전문화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설계는 팹리스가, 제조는 파운드리가, 후공정은 OSAT[1]가 맡는 분업 구조의 핵심 축이다. 1987년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이 "남이 설계한 칩을 대신 만들어주기만 하는 회사"를 세계 최초로 만들면서 산업 자체가 탄생했다.[2] 당시엔 "공장 없는 반도체 회사가 어떻게 살아남느냐"는 조롱을 받았지만, 30여 년 뒤 그 분업 모델이 산업 전체를 집어삼켰다.
투자자에게 파운드리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인공지능(AI) 가속기, 스마트폰 AP, 자율주행 칩 등 첨단 칩의 '실제 생산'이 극소수 회사에 집중돼 있어, 이들의 가동률·수율·증설 발표가 엔비디아부터 애플까지 전방 산업 전체의 공급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밸류체인을 대표하는 핵심 종목을 실시간 스냅샷으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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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회사는 설계와 제조의 결합 방식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이걸 이해하면 파운드리의 정체가 한 번에 잡힌다.
팹리스가 설계만 하고 제조를 외주 주는 이유는 비용이다. 첨단 공정 팹 한 곳을 짓는 데 200억 달러 안팎이 들고, 세대가 바뀔 때마다 그만큼을 또 부어야 한다. 칩 한 종류만 파는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반대로 파운드리는 수십 개 고객사의 물량을 한 공장에 몰아넣어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그 규모로 천문학적 설비투자를 정당화한다. 분업이 곧 생존 방정식인 셈이다.
불스토리 관점: 파운드리는 '자본의 게임'이다. 매년 수백억 달러를 선제적으로 쏟아부어 capacity를 미리 깔아두는 회사만 살아남는다. 자금력이 곧 해자이고, 한 세대 뒤처지면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산업은 시간이 갈수록 승자가 줄어드는 구조다 — 28나노 시절엔 여러 회사가 경쟁했지만, 3나노 이하에선 사실상 TSMC 하나만 남았다.

파운드리 시장은 첨단 공정(선단 노드)일수록 극단적으로 집중된다. 전체 시장에서 TSMC가 60%를 넘는 점유율로 압도적 1위이고, 삼성전자가 2위, 그 뒤를 글로벌파운드리스·UMC·SMIC 등이 잇는다.[3] 다만 7나노 이하 첨단 노드만 떼어서 보면 사실상 TSMC와 삼성의 2파전이고, 그마저도 격차가 크다.
| 구분 | 대표 기업 | 포지션 | 특징 |
|---|---|---|---|
| 첨단 노드 (3나노↓) | TSMC, 삼성전자 | 선두 2강 | AI·모바일 칩 수주, 초고마진 |
| 선단 추격 | 인텔 파운드리 | 재진입 도전 | IDM에서 파운드리로 전환 중 |
| 성숙 노드 (특화) | 글로벌파운드리스, UMC | 틈새 강자 | 차량·전력·아날로그 특화 |
| 중국 | SMIC | 내수 중심 | 미국 장비 규제로 첨단화 제약 |
성숙 노드(레거시 공정)는 첨단 노드와 게임이 완전히 다르다. 최신 칩이 아니라 차량용·전력반도체·아날로그처럼 '오래됐지만 꾸준히 팔리는' 칩을 만든다. 글로벌파운드리스가 첨단 경쟁을 포기하고 이쪽에 집중해 흑자를 내는 게 대표 사례다. 무조건 미세화만이 답은 아니라는 뜻이다.
불스토리 관점: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은 업계의 가장 큰 변수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첨단 칩 생산(공급망 안보)을 밀어주는 흐름과 맞물려 있어, 성패와 무관하게 지정학적 의미가 크다. 다만 IDM 문화에 익숙한 회사가 '외부 고객을 모시는' 파운드리 서비스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건 기술보다 조직의 문제라, 단기간에 판가름 날 사안은 아니다.
웨이퍼 한 장에서 정상 동작하는 칩이 몇 개 나오는지의 비율. 파운드리 경쟁력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같은 공정·같은 장비를 써도 수율이 높은 회사가 고객의 단가를 낮춰주고 결국 물량을 가져간다. 첨단 노드 초기엔 수율이 낮게 시작해 양산 경험이 쌓이며 올라가는데, 이 '램프업 속도'에서 TSMC가 경쟁사를 압도해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UV(극자외선) 노광은 7나노 이하 미세 회로를 새기는 데 필수다.[4] 문제는 이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네덜란드 ASML 단 한 곳이고, 연간 생산 대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장비 한 대 가격이 2,000억~5,000억 원대라, EUV를 몇 대 확보했느냐가 곧 첨단 capacity의 상한선이 된다. 돈이 있어도 장비를 못 사면 첨단 파운드리는 불가능하다.
공정 미세화만으로 성능을 끌어올리기 어려워지면서, 여러 칩을 한 패키지에 정밀하게 묶는 첨단 패키징이 새 전장이 됐다. 특히 GPU에 HBM을 붙이는 CoWoS 기술은 AI 가속기 생산의 병목으로 꼽힌다.[5] 단순히 칩을 '찍는' 것을 넘어 '조립'까지 파운드리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파운드리는 고객의 설계 자산(IP)을 들여다보는 사업이라 신뢰가 자산이다. TSMC가 "우리는 절대 자체 칩을 설계해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중립성)을 고수하는 이유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체 칩(엑시노스)도 설계해, 일부 팹리스가 '경쟁사에 설계도를 맡기는'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공장 없는 팹리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진짜 반도체 회사는 공장이 있어야 한다"는 IDM 우위론이 강했다. 하지만 미세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뛰면서 판이 뒤집혔다. 설계는 팹리스에, 제조는 파운드리에 맡기는 분업이 효율의 정점이라는 게 입증됐고, 인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첨단 로직 칩이 파운드리에서 만들어지게 됐다.
생성형 AI 열풍은 파운드리에 직격탄이 아니라 호재로 작용했다. 엔비디아 AI 가속기 수요가 폭발하면서, 그 칩을 거의 독점 생산하는 TSMC의 첨단 노드와 CoWoS 패키징이 동시에 품귀를 빚었다. 칩 설계자가 아무리 좋은 GPU를 그려도, 찍어낼 capacity가 없으면 팔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된 국면이다.
한쪽에선 첨단 노드 진입장벽이 더 높아져 TSMC 독주가 굳어진다고 본다. 다른 쪽에선 미국 반도체법(CHIPS Act)·한국·EU·일본의 보조금 경쟁이 동시에 가동되며 생산 거점이 지역별로 분산될 것으로 본다.[6] 다만 보조금으로 팹을 지어도, 첨단 공정 수율과 고객 확보는 별개 문제라 '짓는 것'과 '돈 버는 것' 사이엔 큰 간극이 있다.
파운드리는 밸류체인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종목마다 달라, 묶어서 보면 오히려 헷갈린다. 포지션별로 끊어 본다.
순수·선두 파운드리
전환·도전 진영
성숙 노드 특화
겸업 IDM
ETF로 접근하기 개별 파운드리 종목의 변동성이 부담된다면, 반도체 섹터 전체를 담는 ETF가 대안이다. SOXX(iShares Semiconductor)·SMH(VanEck Semiconductor) 등은 팹리스·파운드리·장비를 한 바구니에 담아, 특정 회사의 수율 사고 리스크를 분산한다.[7]
지정학적 집중 리스크 세계 첨단 칩 생산이 대만에 극단적으로 쏠려 있다. 양안(중국-대만) 긴장 같은 지정학적 이벤트 하나가 전 세계 첨단 반도체 공급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파운드리 투자의 최대 변수다.[8] 각국이 자국 내 팹 유치에 보조금을 쏟는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천문학적 CAPEX 부담 세대가 바뀔 때마다 수백억 달러를 선제 투자해야 하고, 그 시점에 수요가 예상만큼 따라주지 않으면 감가상각 부담이 실적을 짓누른다. AI 수요가 기대만큼 수익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가장 큰 설비투자를 한 파운드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단일 장비사 의존 EUV 장비를 ASML 한 곳에만 의존한다. 장비 공급 차질이나 수출 규제(대중국 등)는 파운드리의 증설 계획을 직접 흔든다. 돈이 아니라 장비가 capacity의 상한을 정하는 구조다.
고객-경쟁 이해상충 자체 칩을 설계하는 겸업 IDM형 파운드리(삼성전자 등)는 잠재적으로 고객과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어, 순수 파운드리 대비 핵심 팹리스 수주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신뢰가 곧 매출인 산업의 구조적 쟁점이다.
공식 데이터 출처
관련 문서 반도체 · TSMC · 삼성전자 · 엔비디아 · EUV · HBM · GPU · 무어의 법칙 · 인공지능(AI) · 데이터센터 · 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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